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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와인 발효에서 우러나는 풍미에 대한 기초 지식

by 박기자의 데일리 뉴스 2023. 10.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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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에서 우러나는 풍미

발효란 무엇이며 얼마나 오래 걸리나요?

발효란 포도즙이 와인으로 변하는 과정으로 다음과 같은 공식으로 일어납니다.

 

당분 + 효모 = 알코올 +탄산가스(CO2)

 

발효 과정은 파쇄된 포도의 당분이 모두 알코올로 바뀌거나 바뀐 알코올 농도가 15%에 달하여 알코올이 효모를 제거하는 시점에 이르면서 끝이 납니다. 포도는 광합성을 통해 익으면서 당분이 자연적으로 축적되며 효모도 포도껍질에 흰 가루가 피면서 자연적으로 생겨납니다.

*알코올은 최소 7%가 적당하다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와인의 최소 알코올 함량을 11%가 적당합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양조할 때 이런 천연 효모만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천연효모에서 분리 배양된 실험실 균주들의 사용도 흔하며 각 균주는 와인의 스타일에 각기 다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한편 탄산가스는 공기 중으로 날아가버립니다. 다만 샴페인 및 그 밖의 스파클링(발포성) 와인은 예외적인 경우로 특별한 과정을 거쳐 탄산가스를 보존합니다. 

 

와인 양조 중 효모가 머스트(포도 파쇄액)의 당분을 먹고 알코올과 탄산가스를 내놓는 발효과정 역시, 와인의 풍미와 향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발효기간은 온도에 따라 일주일이 안 걸릴 수도 있고, 몇 주에서 몇 달까지 걸리기도 합니다. 발효 방법엔 고온발효나 저온발효가 있습니다. 온도에 따라서도 풍미에 개성이 부여됩니다.

 

이뿐만 아니라 와인을 스테인리스 스틸탱크(화학작용을 일으키지 않아 와인에 향을 부여하지 않게 됨)에서 발효시키는지, 오크통(와인에 미세한 오크의 맛이나 탄닌을 더해준다)에서 발효시키는지, 또는 와인메이커가 어떤 효모를 사용하는가 등에 따라서도 풍미가 달라집니다.

 

와인의 알코올 함량이 와인의 맛, 풍미, 바디에 영향을 미치나요?

당연합니다. 와인의 알코올 함량이 높을수록 바디(입안에서 느껴지는 무게감)가 더 묵직한 편입니다. 알코올은 물보다 농도가 높아서 와인의 알코올 함량이 높을수록 바디가 더 묵직해집니다. 수확 시의 숙성도가 높은 포도일수록 천연 당분이 더 많이 함유되어 있고 발효과정에서 그만큼 알코올 함량이 높아집니다.

 

와인추출물(와인 속 모든 고형물) 또한 바디에 영향을 미칩니다. 탄닌과 단백질 같은 미세 고형물들도 이 추출물에 해당되며, 발효 전이나 포도의 메서레이션(향, 탄닌, 색을 우려내는 과정)을 거치거나 와인의 여과과정을 생략하게 되면 추출물은 더 늘어나게 됩니다. 발효 후에 와인에 남는 잔당도 추출물의 일종으로 바디에 큰 영향을 준다.

*와인은 알코올 함량이 높을수록 바디(무게감)가 더 묵직한 편입니다.

*알코올은 적당히 섭취하면 몸에 좋은 HDL콜레스테롤을 늘리고 몸에 좋지 않은 LDL콜레스테롤은 줄여줍니다.

 

발효에서 첫번째 과정은 무엇인가요?

당연하게도 포도를 포도밭에서 수확 후 가져오는 작업입니다. 이때 포도가 으깨져 때 이른 발효가 시작되지 않도록 작은 나무상자에 조심스럽게 담아야 합니다. 상급의 와인을 만들 때는 가지, 잎, 돌멩이 등의 MOG*를 제거하기 위해 포도를 컨베이어벨트에 싣고 손으로 직접 골라냅니다.

 

와인 양조시에 와인메이커가 가장 먼저 결정해야 할 일은 포도송이의 줄기를 제거할지 말지입니다. 청포도는 거의 예외 없이 줄기를 제거하는 기계를 거치며 레드와인의 경우에는 탄닌이 더 우러나오도록 줄기의 일부나 전체를 그대로 둔 채로 포도즙에 포도껍질과 줄기를 같이 담가놓습니다. 포도를 파쇄기에 넣어 포도알을 으깨기도 합니다.

*MOG(Material Other than Grapes)는 포도열매 외의 다른 이물질을 일컫는 말입니다.

 

레드와인과 화이트 와인은 양조방식이 똑같나요?

포도 선별과 줄기 제거 그리고 경우에 따라 파쇄 작업까지 끝나고 나면 이때부터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은 양조 방식이 달라지는데, 그 주된 이유는 포도 껍질 때문입니다. 모든 포도껍질에는 좋은 와인을 빚는데 필수불가결한 복합적 풍미가 담겨있습니다. 하지만 포도껍질과 씨에 함유된 탄닌은 숙성되지 않은 와인에 쓰고 떫은맛을 띄게 할 수도 있습니다. 또 화이트 와인의 경우엔 특정 시점이 지나면 탄닌은 반갑지 않은 존재가 됩니다. 이런 이유로 청포도는 즙만 따로 분리하여 발효하기 위해 파쇄 후에 곧바로 머스트*를 압착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머스트(must)는 포도가 파쇄된 후 과즙과 껍질이 한데 섞여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청보도 중에도 일정 시간 동안 포도즙에 포도 껍질을 같이 담가 놓아도 괜찮은 품종들이 있는데 이과정을 스킨 컨택트(skin contact)라고 부릅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 껍질에서 품종 특유의 풍미와 향이 우러나와 와인이 더 깊은 풍미를 가지게 됩니다.

 

적포도로 화이트 화인을 만들 수도 있나요?

네, 가능합니다. 와인 색은 적적으로 포도 껍질에서 나옵니다. 수확 후에 바로 껍질을 제거하면 와인에 아무 색도 우러나오지 않아 화이트 와인이 됩니다. 실제로 프랑스 샹파뉴에서 재배되는 포도는 대부분 적포도이지만 생산되는 와인은 화이트 와인이 주를 이룹니다. 캘리포니아 화이트 진판델(white zinfandel)도 적포도 품종인 진판델로 만듭니다.

 

메서레이션(maceration, 침용)이 무엇인가요?

발효 전에 껍질과 즙을 분리하는 청포도와는 달리, 적포도는 머스트를 바로 발효통에 넣습니다. 이때 일어나는 과정이 메서레이션, 즉 향, 탄닌, 빛깔을 우려내는 과정입니다. 메서레이션을 거치면 향과 마우스필(mouthfeel, 와인에 머금었을 때의 무게감과 질감)이 더 강해집니다. 와인메이커는 발효 전과 후에 머스트의 메서레이션 여부를 정할 수 있습니다.

 

카보닉 메서레이션(carbonic maceration)이 무엇인가요?

프랑스 부르고뉴의 보졸레는 갓 으깬 딸기나 라즈베리의 향이 나며 유독 가볍고 과일 풍미가 진합니다. 이것은 카보닉 메서레이션 덕분인데, 카보닉 메서레이션이란 포도알들을 파쇄하지 않고 그대로 발효통에 넣어 효모의 도움 없이 포도알 하나하나에서 자체적 발효를 일으키는 과정을 말합니다. 

 

결과적으로 발효가 일어나는 방식은 보통의 발효와 다를 바 없지만, 바라효가 시작될 때부터 포도알을 통째로 넣어서 와인의 빛깔이 더 선명하고 그렇게 과인의 풍미가 진해지는 것입니다.

와인에 당분이 첨가되기도 하나요?

허용된 지역에 한해 발효 전에 당분이 첨가되기도 합니다. 당분의 첨가를 샤프탈리제이시옹(chaptalization, 가당)이라고 하는데 1800년대 초에 최초로 제의한 장앙트완 샤프탈의 이름을 따서 붙인 명칭입니다. 머스트에 당분 첨가를 허용하는 목적은 효모 작용을 도와 최종 와인의 알코올 함량을 더 높이기 위함입니다. 즉 포도 자체의 천연당분으로는 와인에 흡족한 수준의 알코올 함량을 끌어낼 수 없을 때 부족한 당분을 채워주기 위해, 간단히 말하자면 덜 익은 포도의 단점을 메워주기 위해 첨가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가당을 한다고 하더라고 모든 당분이 알코올로 변환되기 때문에 스위트 와인이 되지는 않습니다.

*잔당은 잘익은 포도 속에 천연 당분 가운데 발효 후에도 효모에 의해 소화되지 않고 남아 있는 당분(RS, residual sugar)입니다.

 

 

탄닌은 무엇이며 와인에 좋은 요소인가요?

탄닌은 천연방부제이며 와인에 긴 수명을 부여해 주는 여러 성분 가운데 하나입니다. 탄닌은 포도 껍질, 줄기, 씨에서 나오며 오크통 속에서 숙성이나 발효를 거치는 등의 경우에는 나무에서도 탄닌이 우러나옵니다. 레드와인은 화이트와인보다 탄닌함량이 높은 편인데 그 이유는 포도를 껍질째 발효시키기 때문입니다.

 

탄닌의 느낌은 떫다(astrigent)는 말로 표현이 됩니다. 특히 숙성되지 않은 와인은 탄닌이 아주 떫어서 와인에 쓴맛을 내기도 합니다. 그러나 탄닌은 미각의 느낌이 아니고 촉각의 느낌입니다.

 

탄닌은 진한 차에도 들어있는데, 차의 떫은맛을 덜고 싶을 때는 우유를 넣으면 됩니다. 우유의 단백질이 탄닌을 부드럽게 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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